#31 개척교회에서 작은 교회로

2025. 07. 06.
 

성령님께서 오시자마자 성도들에게 맡기신 일이 바로 교회 개척이었고,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계속될 일 또한 교회 개척입니다. 참으로 교회 개척은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사명이자, 하나님 나라의 생장점이며, 사역의 꽃입니다.

이 귀한 일에 우리가 쓰임 받은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화목한교회 설립 2주년을 맞아, 모든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자격 없는 우리를 택하시고 보내셔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우신 에벤에셀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얼마 전, 짧은 영상을 하나 보았습니다. 작곡가 주영훈 집사님의 간증 영상이었는데, 제목은 "개척교회는 언제까지가 개척교회인가요?"였습니다. 그 내용은, 집사님의 아버님이 교회를 개척해 30년간 목회하셨지만, 교인이 적다는 이유로 은퇴할 때까지도 '개척교회 목사'라 불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꽤 의미 있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도 아버님이 18년 전에 개척한 교회를 여전히 '개척교회'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이제서야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개척교회는 언제까지가 개척교회인 걸까요? 우리 교회는 언제까지 그렇게 불리게 될까요?

사실, 저는 개척교회로 불려도 좋습니다. 교회 개척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 그리고 예루살렘 교회를 포함한 모든 교회는 다 개척교회 아닌가요? 개척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불리는 게 당연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주 집사님의 말씀처럼, 단지 교인이 적거나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개척교회'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우리가 '개척교회'라고 부를 때, 단순히 '세워진 지 얼마 안 된 교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안에는 아마도 여러 의미가 함께 담겨 있을 것입니다. '비전', '순수함', '가족 같음', '헌신', '개척정신' 같은 밝은 이미지와 함께, '열악함', '재정난', '고립감', '불안정함', '과중한 부담' 같은 어두운 이미지도 공존하지요. 다시 말해, 이제 '개척교회'라는 말은 더 이상 가치중립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개척교회라고 불리는 교회들이 많은 것입니다.

이러한 이중적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도 스며듭니다. 그래서 자신을 '개척교회'라고 소개할 때, 자신도 모르게 "아직 틀을 갖추지 못했다", "아직 홀로 서지 못했다", "아직 안정되지 못했다"는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게 됩니다. 한마디로 스스로를 '미생(未生)'으로 여기는 것이지요.

저도, 우리도 이런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해 봅니다. 우리 마음에는 겸손함과 개척의 감격과 설렘을 간직하되, 어느 시점 이후로는 '개척교회'라는 말을 우리 입에서는 서서히 지워보면 어떨까요? 이제는 '개척교회'에서 '작은 교회'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물론, 누가 보아도 교회의 틀이 든든히 세워진 후에 '개척교회'라는 이름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준은 꽤나 주관적입니다. '틀이 세워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모든 것을 부족함 없이 갖추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교회 개척 2년을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관을 만들어야 하고, 재정 자립도 이루어야 하며, 교회학교도 세워야 하고, 국제 가사원 회원 가입도 해야 합니다. 아마 아직 알지 못해 목록에 올리지 못한 일들도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첫 예배를 드리던 날을 떠올려 보면, 지금 우리는 참 많이 성장했습니다. 감사와 어수선함이 공존했던 그날, 전날 밤 늦게까지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스크린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고, 공사 마감도 채 되지 않아 예배당은 누더기 같았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우리의 시작은 마치 갓난아기와 같았지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지금 우리는 (가사원 가입 기준인) 세 개의 목장에 '준비된' 목자들이 세워진 교회가 되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개척교회'인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입니다. 문제나 부족함이 없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어려움은 언제나 따라올 것이고, 숙제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교회 개척 2주년을 즈음하여 성도 여러분께 담대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참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는 개척교회를 넘어, 작은 교회로 나아갑니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