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교회 거버넌스 고민
2025. 08. 17.
지금까지 우리는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잘 이끌어왔습니다. 이제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교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 교회 정관을 만들려 합니다.
교회 정관을 만들면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교단 헌법을 준수하며, 거버넌스를 보완한다. 둘째, 우리 교회의 비전을 담는다. 셋째, 교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내용만 정리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 첫 번째 내용입니다. '헌법 준수'와 '거버넌스 보완'.
거버넌스란 의사결정 시스템을 말합니다. 좋은 의사결정 시스템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협력해 소통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의사결정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한 것입니다.
사실, 교단 헌법의 중요 내용이 바로 이 거버넌스에 관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3부 교회정치'를 보면, 목사, 장로, 집사 등 직분 제도부터 당회, 제직회, 공동의회 등 여러 회의 제도에 이르기까지, 성경에 근거하여, 거버넌스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지교회는 교단 헌법의 내용을 숙지하고 잘 지키면 됩니다.
문제는, 교단 헌법의 내용은 아주 포괄적이기 때문에, 실제 운영을 위해서는 적절한 보완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시죠? 각론이 결론을 만듭니다. 규칙이 결과를 만듭니다. 아무리 총론을 잘 정리했다 해도, 그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각론을 제멋대로 써내려간다면, 총론의 정신은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교단 헌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른 해석과 적용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 정관을 만들 때, 교단 헌법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민스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교단 헌법이 거버넌스를 다소 좁게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여성과 젊은이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직분 제도에 기초하여 회의 제도를 정리한 것인데, 다른 장로교단들보다도 폐쇄적인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우리도 다양한 구성원들이 동참할 수 있는 거버넌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의사결정 시스템을 무분별하게 열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남녀노소 모든 성도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성숙하고 책임 있는 직분자들의 신중한 결정 역시 꼭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직분에 관한 부분도 잘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변질되어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직분이기 때문입니다. 직분에 관한 교단 헌법의 규정과 현실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직분 때문에 상처 받는 분들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거버넌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분자의 사명감과 교인들의 존중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교회 안에 공고하게 자리 잡은 문화와 상황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교단 헌법을 준수하면서도 교회 정관에는 이런 부분을 적절히 보완하는 게 이번 정관 제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교회 거버넌스 문제는 각자의 신앙생활과 무관한 일이 아닙니다. 건강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고, 건강한 교회에서 건강하게 신앙생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시간이 흐르면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 중요한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