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닳아서 낡은 성경책
2025. 08. 24.

요즘에는 성경책을 잘 구입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래도 성경을 자주 읽지 않는데, 무료 성경앱이 널리 보급되기도 했고, 예배 시간에는 주로 스크린을 활용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성경책은 물론 성경앱도 없이, 유튜브를 통해 성경을 보고 들으며 통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번역본도 다양해서 비교하면서 읽을 수도 있고, 원어로 된 성경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AI는 여러 번역본과 원어를 넘어서, 다양한 신학자들의 해석까지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성경 읽기가 점점 편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성경책'을 펼치는 일은 드물어졌습니다. 설령 사용한다 해도 주일에 몇 절 정도 읽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설교자 찰스 스펄전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닳아서 낡은 성경책을 소유한 사람은 결코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
성경을 가까이함의 중요성을 이토록 극적으로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요? 언제 어디서나 10초 만에 원하는 성경 구절을 찾을 수 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강력한 생명력을 지닌 명언입니다. 아니, 오히려 책으로 된 성경이 불필요하고 불편하게 여겨지는 시대라서 더 큰 울림을 주는 듯합니다.
친구 같은 성경책이 있어야 성경을 즐겨 읽습니다. 힘들었을 때, 외로웠을 때, 두려웠을 때 함께 했던 '나의 성경책'. 나의 이야기를 아는 '나의 성경책'. 함께 나이 들어가는 '나의 성경책'. 이렇게 '나의 성경책'이 있어야 성경을 가까이합니다. 그리고 닳아서 낡은 '나의 성경책'이, '나의 성경책'과 함께 했던 그 시간이 나를 지킵니다.
바로 열어서 볼 수 있는 성경앱이 아니라, 여러 신학자의 가르침을 쉽게 풀어 주는 AI가 아니라, 닳아서 낡은 '나의 성경책'이 나를 지킨다는 사실을 마음에 두고, 지금, '나의 성경책'을 펼쳐 봅시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