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2025. 10. 05.

가정교회는 전도를 교회의 존재 이유로 설명합니다. 그렇기에 교회의 모든 사역은 VIP를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표정뿐만 아니라, 교회의 체질이 '환대'와 '배려'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설교 역시 VIP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에 처음 나오신 분도, 설교의 내용을 다 이해하거나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 합니다. 최영기 목사님도 설교의 주된 대상 중 하나로 VIP를 꼽으셨습니다.
저 역시 설교할 때 그 점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낯선 신학적 용어나 개념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혹시 그런 내용이 필요할 때는 되도록 쉽게, 그리고 선명하게 설명하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시광교회 이정규 목사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저의 부족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목사님은 항상 새신자들을 염두에 두고 설교한다고 말씀하시며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앉아 있는 사람 중에서 성경을 아무것도 모르고 기독교 신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늘 앉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한다는 거죠. 예컨대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베드로가 이런 사건을 겪었습니다.' 이런 말은 하지 않습니다. 베드로가 누군지 처음, 베드로를 오늘 처음 들어본 사람들도 여기 분명히 있겠죠. 그러니까 그걸 고려하는 방식으로 설교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터뷰를 다 본 후, 저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같은 말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다시 설명을 할 때에도,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습니다. 얼마 전에 설명했거나, 몇 주에 걸쳐 여정을 함께 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VIP나 새신자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도 낯설고 어려운데, 전제가 되는 내용까지 생략하면, 설교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의도치 않게, '이 설교의 주된 대상은 당신이 아니다'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새로 오신 분들이 많지 않았기에, 실제로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환대와 배려가 교회의 체질이어야 한다면, 설교 또한 평소부터 더 친절하고 배려 깊어야 할 것입니다.
이 목사님은 인터뷰 중에 “자세히 설명하다 보니 설교가 길어지긴 한다”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길어진 설교 속에 담긴 따뜻한 배려는, 어쩌면 우리가 회복해야 할 교회의 본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