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첫 번째 편자를 찾아서

2025. 10. 19. 
    

이번 제135차 목회자를 위한 가정교회 컨퍼런스의 주제는 '첫 번째 편자를 찾아서'였습니다. 가정교회 목회자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 말의 의미를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 존경하는 최영기 목사님의 책 『가장 오래된 새 교회, 가정교회』의 내용 일부를 이곳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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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회가 성경적인 교회라고 말하면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교회는 비성경적인 교회라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개혁 운동들이 성경을 근거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이론들이 끼어들고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성경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저술한 다른 책에서 든 예화를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 편자는 말굽에 대어 붙이는 쇳조각이다. 어느 날 편자를 만드는 명장이 제자에게 편자 하나를 맡기며, 한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었으니 이걸 본으로 삼아 100개의 편자를 만들어 놓으라고 명했다. 제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 흘려 편자를 만들었다. 몇 달 후에 돌아온 스승은 제자가 들고 온 편자를 보고 의아해했다. 제자의 손에는 자신이 명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편자 100개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제자는 편자를 만들 때 스승의 본을 보고 만든 것이 아니라, 방금 자기가 만든 편자를 본으로 다음 것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스승의 본을 보고 만든 첫 번째 편자는 괜찮았지만, 1호 편자를 보고 만든 2호 편자는 원본과 조금 달라졌고, 2호 편자를 보고 만든 3호는 좀 더 달라졌으며, 결국 100호는 스승의 것과는 전혀 다른 편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의 교회 모습에서 이러한 편자의 잔영을 본다. 예수님이 원하셨던 교회의 모습들은 2천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론과 관행이 끼어들어 누적되다 보니 본래 신약교회와는 다른 모습이 되어 버렸다. 각 세대가 신약교회를 모델로 교회를 세워 간 것이 아니라, 앞의 선배들이 세운 교회를 보고 교회를 만들어 갔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새 교회, 가정교회』, 16~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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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갈수록 특색 있는 교회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시대처럼, 사람들처럼, 교회들도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들의 진심과 헌신이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도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예쁠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교회는 어떤 색일까요? 

교회 개척을 준비할 때 제 머리 속에 가득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할까?', '우리 교회에는 어떤 색을 입혀야 할까?' 이것은 교회를 개척하는 모든 목사님들에게 주어진 공통 숙제일 것입니다. 저도 늘 이 문제로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장 오래된 새 교회, 가정교회』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교회의 색'을 보게 되었습니다. 입힐 색깔이 아니라, 드러내야 할 색깔. 가장 아름다운 교회 본연의 빛깔. 

가정교회의 핵심 가치는 '성경대로'입니다. 성경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아니라고 하면 아닌 줄 알고, 성경이 하라고 하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는, 아주 단순한 순종.

이 단순한 순종이 스승이 만든 편자와 다른 편자를 만드는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교회도 하나님께서 처음에 보여주셨던 그 빛깔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