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어둠 속에서도 빛은 있나니

2025. 11. 02.
  

얼마 전에 읽은 빅터 프랭클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여전히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유대인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강제 수용소로 끌려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극한의 고난과 절망 가운데 놓인 인간 군상을 관찰하며, 삶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처절하게 사색합니다.

책을 읽던 중, 제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아 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자가 꽁꽁 얼어붙은 바바리아의 땅을 파내며, "삶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가?"라고 격렬하게 질문하던 어느 새벽의 기록입니다.

모든 것이 잿빛이었던 그 새벽, 그는 참호 속에서 땅을 파는 작업을 하며 마음으로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어쩌면 당시 나는 내 고통에 대한 그리고 내가 서서히 죽어 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곧 닥쳐 올 절망적인 죽음에 대해 마지막으로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는 동안, 나는 내 영혼이 사방을 뒤덮은 음울한 빛을 뚫고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것이 절망적이고 의미 없는 세계를 뛰어넘는 것을 느꼈다. '삶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어디선가 '그렇다'라고 하는 활기찬 대답을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잿빛 어둠을 뚫고 지평선 저 멀리 농가에 불이 켜집니다. 동시에 그의 뇌리에는 요한복음 1장 5절의 라틴어 구절이 스쳐 지나갑니다. "Et lux in tenebris lucet."(어둠 속에서도 빛은 있나니) 그리고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 장면은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수용소라는 '절대 어둠' 속에서도, 인간의 영혼은 빛을 향해 반응한다는 위대한 증언입니다. 그 고뇌와 슬픔과 소망과 사랑의 울림이 지금도 마음 깊이 전해집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같지 않은 저의 처지에 감사하면서도, 또한 저자가 처한 삶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더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바바리아의 동트기 전 새벽처럼 춥고 어둡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큰 질병,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 일생을 괴롭히는 가난, 나를 둘러싼 거짓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등이 우리를 언 땅을 파는 것 같은 고역으로 몰아넣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는 묻게 됩니다. 

"내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내 삶에 정말 의미가 있는가?"

그러나 요한복음 1장 5절 말씀처럼, 어둠은 결코 '그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일수록 저 멀리 켜진 작은 등불 하나는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 참된 빛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곁에 계시며, 완전한 사랑으로 우리 손을 꼭 붙잡고 계십니다.

오늘, 혹시 차가운 현실의 땅을 파내며 울고 계신 분이 있습니까? 우리 함께 눈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어둠 속에서도 빛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따뜻한 빛을 발견하는 순간, 고난은 더 이상 무의미한 고통이 아니라, 우리를 빚어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책, 한 번씩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