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심플처치

2025. 11. 09.
    

통계를 통해 한국 교회를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이 지난 달에 출간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이 책에서 다룬 주요 주제들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에서는 내년에 한국 교회를 관통할 여러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제 눈을 사로잡은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심플처치(Simple Church)'였습니다.

'심플처치'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조금은 덜 복잡한 교회? 덜 힘든 교회? 아니면 작은 교회? 

책에서 말하는 '심플처치'는 단순히 교회 프로그램을 줄이고 사역을 축소해서 목회자와 성도들의 짐을 덜어주는 교회나,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심플처치는 사역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세우는 교회의 핵심 사명을 중심으로 사역의 흐름을 분명히 설계하는 과정 중심의 교회론이다. ...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사역을 재조정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안도감과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왜냐하면, 책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심플처치'가 바로 우리가 지금 몸부림치며 세워가고 있는 '가정교회'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아니, 의도적으로 복잡함을 피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다른 교회들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화려한 행사가 없어서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를 흩트리지 않고, 가장 중요한 사역인 '세 축'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영감 있는 '주일연합예배', 삶을 나누고 치유하는 '목장 모임', 그리고 체계적으로 복음을 알아가는 '삶 공부'.

우리는 이렇게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교회의 존재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교회의 모든 구조를 단순화하며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게 본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맞습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교회만큼은, 신앙생활만큼은 단순 명료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하느라 분주해서 교회의 존재 목적을 잊고, 가장 중요한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맙시다. '얼마나 많은 사역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역에 집중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심플'하게 갈 것입니다. 군더더기는 더 걷어내고, 오직 '영혼 구원'과 '화목한 관계'라는 본질만 남기는 교회, 그래서 성도가 행복하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그런 교회를 세워갈 것입니다.

트렌드에 신경 쓰지 않는 교회가 '심플처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트렌드가 우리의 길을 증명해주니 참 힘이 납니다. 그렇습니다. 트렌드에 신경 쓰지 않는 게 트렌드입니다!^^ 우리, 곁눈질하지 말고 이 길을 함께 기쁘게 걸어갑시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