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겁 많은 사자

2026. 04. 12.
  

빙보(Bingbo)라는 작가가 쓴 《겁 많은 사자(The Cowardly Lion)》라는 어린이 그림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아주 겁이 많은 사자 '텔룰루'가 등장합니다. 

텔룰루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자꾸 도망치는데, 이상하게도 도망을 칠수록 몸이 점점 작아져서 결국 쥐만 한 크기가 되고 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속 동물 친구들의 응원을 받고, 특히 작은 쥐와 친구가 되면서 텔룰루는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얻게 됩니다. 마침내 도망치지 않고 자기 안의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하자, 텔룰루는 다시 원래의 늠름한 크기를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동화책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문득 제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저 스스로를 꽤나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마다, 준비가 더 필요하다며 일정을 뒤로 연기하는 것이 저의 일상이었습니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포장하고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제 속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어쩌면 완벽주의여서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주춤거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시작할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사실은 제가 바로 동화 속의 그 '겁 많은 사자'였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불안했던 것일까요? 실수? 실패? 누군가의 비웃음? 도대체 주님 품 안에 무슨 실패가 있고, 사람들의 비웃음은 또 뭐 그리 큰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두려움에 굴복하고 자꾸만 회피하려 할 때마다, 제 마음의 지경은 한없이 작아지고 위축되기만 했습니다.

사탄은 자꾸만 우리의 마음에 두려움과 죄책감을 심어주어 뒤로 숨어들게 만들고, 우리의 존재를 쥐처럼 작아지게 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다르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말씀하시며, 다시 맞설 수 있는 새 힘을 공급해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요, 사자임을 깨우쳐 주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텔룰루 곁에 있던 친구들처럼, 제 곁에도 늘 기도로 응원해 주고 함께해 주는 든든한 여러분을 남겨 주셨습니다.

용기는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것이라지요. 이제는 저도 뒤로 숨거나 핑계를 대며 미루는 일을 멈추고, 다시 용기를 내어 한 걸음을 떼어보려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목사가 겁먹지 않고, 담대한 믿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신윤철 목사
pastor@peaceful.church